최근 드라마 '아이리스'로 인해 배우 이병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어 있던 중, 우연히도 약 9년 전 그가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등병의 편지'를 열창하는데 노래실력이 상상 이상이더군요. 말할 때의 목소리는 굵고 낮은 톤의 지극히 남성적 느낌인데 반해, 노래할 때는 비교적 가늘고 높은 미성(美聲)으로 변하는 것 또한 놀라웠습니다.
2001년 1월 9일, '이소라의 프로포즈' 출연 당시의 모습이었습니다. 2월 개봉 예정이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때문이었지요. 프로포즈에 두번째 출연인데 그때마다 자기 앞 순서에 너무 노래를 잘 하는 가수분들이 실력을 뽐내고 들어가셔서 마음에 부담이 된다고 이병헌이 말하자 이소라가 웃으며 대답합니다. "이병헌씨도 가수 출신이시잖아요? 예전에 음반도 내셨구요." 이병헌은 민망한 듯 크게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부인하지는 않더군요.
이병헌이 음반을 냈었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과연 있었습니다. 1999년에 To Me 라는 음반을 내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라는 노래를 불렀더군요.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날 듯도 합니다. 다시 한 번 들어보고 싶은데 음원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병헌이 예능이나 토크쇼에 출연하는 모습을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연기하는 모습만 보았기에 그가 실제로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몰랐었지요. 그런데 이소라와 짧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는 만만치 않은 유머감각과 재치있는 언변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모자를 무척 좋아한다더군요. 모자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는데, 이젠 너무 많아져서 더 이상 집에 둘 장소가 없어지는 바람에 모으지 않고 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가 워낙 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이소라가 (아마도 개인적 선물이라기보다는 제작진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추측되지만)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 있다면서 포장된 상자를 내놓았습니다. 선물을 뜯어보는 이병헌에게 이소라는 옆에서 "내용물보다도 포장지가 굉장히 비싼 거예요. 특히 그 리본은 정말 고급이거든요~" 하고 계속 농담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이병헌은 상자에서 풀어낸 리본을 자기가 챙기고 선물상자를 이소라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순간 객석에서는 폭발적인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원래는 선물상자를 열어보기 위해 거추장스런 커다란 리본을 잠시 이소라에게 맡겼어야 할 상황인데, 이병헌이 장난을 친 거였지요. 준비된 특별한 선물은 러시아 장교 모자였습니다. 그에게 썩 잘 어울리더군요.
이병헌과의 인터뷰가 거의 마무리되어갈 무렵, 고(故) 이은주가 깜짝 출연을 했습니다. 그녀는 제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여배우였습니다. 어딘가 그녀를 보면 남 같지 않은 동질감이 느껴지곤 했거든요. 그녀의 죽음이 얼마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그 후 며칠동안 저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오랜만에 그녀의 모습을 보니 반가우면서도, 쓰리도록 아련한 회상에 잠기게 되더군요.
소녀시절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다는 이은주는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 솜씨를 보여주었고, 그녀의 반주에 맞춰 이병헌이 감미로운 팝송을 노래하는 것으로 그들의 순서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소라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노래를 부탁드립니다. 이병헌씨, 괜찮으시죠?" 하고 묻자 이병헌은 언제 쑥스러워했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더군요. "저는 가수출신이니까 노래 한 곡 더 부르겠습니다."
외모와 목소리는 매우 중후한데, 끊임없이 발동되는 그의 장난기는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언젠가 수애가 무릎팍도사에 나와서 언급했듯이, 상대 여배우가 그에게 진짜로 빠져들까봐 경계심을 품을만도 하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거의 10년 전의 모습인데 지금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외모나, 이제 불혹의 나이인데 오히려 그때보다 더 큰 인기를 끌며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병헌을 생각해보니 마치 세월을 거슬러올라가는 듯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갓 스무살 꽃다운 이은주가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고작 4년을 더 살고 하늘나라로 갈 거라고 상상한 사람도 없었을 테고, 9년 후 이병헌이 세계로 활동 무대를 넓히며 이토록 왕성하게 활동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도 많지는 않았을 테지요. 한편으로는 격세지감이 느껴지고, 한치앞을 알 수 없는 인생에 대한 숙연함도 느껴지고, 보다 힘을 내서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하는, 그런 모습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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