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점점 예뻐지는 미모. 개인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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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을 처음 본 기억은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입니다. 당시로서는 거의 신인급의 젊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서 매우 신선한 느낌을 주었었지요. 그 중에는 연기 경력을 좀 갖추었던 정준이 남자주인공이었고, 그때만해도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소지섭이 서브남주였습니다. 더구나 여주인공 손예진과 서브여주 소유진은 모두 생소한 얼굴이었습니다. 심지어 놀랍게도 권상우와 지성이 거의 단역에 가까운 역할로 출연했으니, 지금 그들의 명성을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세월이 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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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의 첫인상은 같은 여자로서 보기에도 최고였습니다. 티없이 맑고 청순하고, 영리한 느낌을 주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 시대를 불문하고 소년들의 로망이던 '긴머리 소녀'의 느낌 그대로였지요. 연초에 '맛있는 청혼'이 괜찮은 성과를 거두자, 같은 해 여름에 방송되었던 드라마 '선희진희'에서도 청순하고 올바른 이미지의 '선희' 역을 맡아서 여전한 미모를 과시했습니다. 함께 출연했던 '진희' 역의 김규리는 악역이기도 했지만 그 무렵 갑작스레 바뀌어버린 외모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으므로 성형의혹과 악평에 시달렸지요. 그에 비해 손예진에게는 온통 호평 일색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02년, 영화 '연애소설'에서 고(故) 이은주와 더불어 상반되는 매력을 과시했는데, 역시 손예진은 청순하고 연약하고 가련한 소녀의 이미지였습니다. 두 명의 여주인공이 모두 난치병에 시달리는 설정이었지만, 손예진이 얌전하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나온 것에 비해, 이은주는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등장하여 확실한 대비를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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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영화 '클래식'은 손예진의 여성미를 최고로 발휘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녀 혼자서 1인 2역으로 어머니와 딸 역할을 모두 소화했지만 그런대로 잘 어울렸어요. 조승우, 조인성과 더불어 가슴저린 사랑을 나누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참 부럽다는 생각을... 아무리 안하려고 해도 안할 수가 없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느 장면에서나 그림처럼 돋보이는 그녀의 외모를 보며 감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씩 질린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듣기 좋은 꽃타령도 한두번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역할이 좋고 그녀의 이미지에 잘 어울린다고 해도, 그녀가 출연하는 어느 작품에서나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니, 지속적으로 더 보고 싶다는 느낌은 점차 사라져 가더군요. 그녀도 그런 점을 스스로 느꼈는지 과감한 이미지 변신을 시작했습니다.

영화 '작업의 정석'에서는 닳고 닳은 작업녀로, 영화 '외출'에서는 불륜에 빠지는 유부녀로 변신했지요. 드라마 '연애시대'에서는 이혼 후에 남편과 다시 사랑을 느끼는 이혼녀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한 남자에게 정착하지 못하여 수많은 연애를 즐기다가 급기야 이중결혼까지 감행하는 팜므파탈로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무방비도시'에서는 소매치기 조직의 여성 보스로,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열정적인 방송 기자로 등장하여 약간의 액션(?)도 선보였던 것 같군요. 이만하면 이미지 변신을 위한 그녀의 노력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제 눈에 그녀의 모습들은 왠지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잘 어울리지 않는다 싶었습니다. 어쩌면 청순한 소녀가 적당한 중간 과정도 거치지 않고, 느닷없이 불륜녀가 되고 이혼녀가 되다보니, 왠지 모를 거부감이 속에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녀의 연기력은 언제나 크게 흠잡을 곳 없이 괜찮은 편이었지만, 예전처럼 예뻐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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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 '개인의 취향'에서는 그녀가 다시 예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에는 너무 지나치게 망가지는 듯하여 걱정스러웠는데, 이제보니 그녀의 변신 중에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였다고 평가해도 될 듯 싶습니다. '박개인'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잠깐 보아서는 알 수 없고, 꾸준히 지켜보아야만 느낄 수 있더군요. 마치 전진호(이민호)가 그녀와 한동안 '동거'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차츰 그녀에게로 빠져들어간 것처럼, 처음에는 도무지 매력을 느낄 수 없던 박개인에게 저도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참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착하고 밝고 명랑한 것은 좋은데, 너무 눈치없고 둔하고 바보스럽기까지 한 여주인공이 이토록 매력적으로 느껴지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우직한 사람을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지요. 너무 사람을 믿어서 생전 의심이라고는 할 줄 모르고, 사람에게 너무 쉽게 정을 주고, 일단 정이 들면 쉽게 끊지도 못하고...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닌데 이렇게 대책없이 살아가는 노처녀 박개인은... 처음에는 밋밋함으로 다가와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스러움으로 가슴에 스며드는 존재입니다.

박개인의 캐릭터는 그녀가 초창기에 맡았던 청순한 여주인공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연관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녀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미혼여성이며,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여자입니다. 손예진의 이미지에는 불륜녀나 이혼녀나 소매치기 보스 역할보다는, 역시 이런 모습이 어울리는 듯해요. 물론 저의 개인적 생각입니다. 그녀도 이미 서른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은 소녀같은 이미지가 강해서... 좀 더 성숙한 역할은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해도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래서 요즈음 저는 손예진이 다시 예전처럼, 아주 많이 예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그녀가 남장을 하고 나온다던데, 저는 '남장여자'라는 식상한 아이템 그 자체보다는, 박개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녀의 내면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녀의 친구이며 하우스메이트인 전진호는 최근 사업상으로 어려운 일도 겪었고, 게이라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한창렬(김지석)에게 커다란 모욕까지 당했습니다. 박개인은 전진호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위로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겠지요. 남장까지 하고서 하루 동안 그의 애인 역할을 해주고 싶어할 만큼, 박개인은 친구를 진심으로 위하고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여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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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유치하고 얄팍하다고 생각했는데, 볼수록 의외로 그 안에 숨겨진 깊이와 진가가 드러나는 드라마가 '개인의 취향'인 것 같습니다. 너무 멋있어서 보기도 아까운 전진호와, 그 곁에서 매일 더 사랑스러워지는 박개인이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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